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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블라네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기념(?)으로, 볼라뇨가 쓴 크리스마스 이야기. 과연, 볼라뇨 답달까...


블라네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겨울에 코스타 브라바(*브라바 해변)의 몇몇 마을은 유령의 마을처럼 보인다. 특히 여행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부 지역들. 휴면기에 접어든 그런 곳들은 잠자는 도시나 악몽의 도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은 건물들과 자그마한 아파트들이 있는 그런 곳에 있다보면 실수했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늘 후회하지만 이유는 잘 알 수 없는 일들. 아마도 더 잘했어야 하고 그럴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 때문이리라. 아니면 그저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마치 손자나 클라우제비츠가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했던 그런 전투들처럼. 사실상 손자와 클라우제비츠는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전투를 하라고 조언했을 뿐이다. 어느 날 텅 빈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이 동네를 지나다가 얼핏 친구를 보았다. 그는 60년대에 지어진, 어쩌면 알루미늄 진폐증의 유발 원인이었을지도 모를, 어느 유령의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동박박사의 옷을 입고 있었다. 비록 그가 변장을 했음에도, 그리고 빠르게 어두워져가는 시간이었음에도, 나는 그를 알아보았고 그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정해져 있는 것처럼, 다른 두 명의 동방박사가 그와 동행하고 있었다. 두 명 다 흑인이라는 걸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가 그들을 소개했다. 그들은 감비아 출신으로 블라네스 교외에 있는 과수원에서 일을 하곤 했으나 만났을 당시엔 실직 상태였다. 흑인은 한 명만 필요했어. 친구가 말했다. 근데 가스파르 역을 할 백인을 찾을 수가 없더라. 우리는 완전히 텅 빈 그 거리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근데 여기서 뭐해? 내가 물었다. 나 여기 있는 아파트에 살거든. 친구가 답했다. 여기에 동방박사 옷이 있어서 여기에서 옷을 갈아 입지. 차까지 그들과 동행했다. 흑인은 많은데 백인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애가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나는 그들이 떠나기 전에 물어보았다. 친구는 미소를 띠더니 이렇게 말했다. 시대가 변했잖아. 그리고 애들이 그걸 제일 먼저 알고 있어.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27-128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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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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