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세비야가 날 죽인다(Sevilla me mata)


실로 오랜만의 포스팅. 같이 스터디 하는 아르마니임과 장 님의 도움이 컸다. 그렇다고 한국어로 정확하게 옮겼다는 말은 아니고...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에는 호르헤 볼피가 쓴 "볼라뇨 전염병"이라는 글이 있다. 거기에 "세비야가 날 죽인다"라는 강연문이 잠깐 언급되는데, 그래서 호르헤 볼피가 볼라뇨의 강연을 직접 들었다고 착각했다. 사실 호르헤 볼피는 콜로비아 보고타 도서전을 기념해 2007년에 개최된 39세 이하 젊은 라틴 아메리카 작가 모임에 참가한 것이었다.

이 글이 글에 의하면, 2003년 6월(볼라뇨가 죽기 불과 한 달 전), 세이스 바랄 출판사에서 조직한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모임이 세비야에서 개최되었고, 볼라뇨가 초청되었다. 애초 볼라뇨는 아래 강연문을 읽으려 했으나 함께 발표하는 열두 명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시니컬한) 이 글을 읽을 수 없었고, 그래서 대신 2002년 11월 어느 강연에서 발표한 "크툴루 신화"라는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럼 아래 글은 사람들 앞에서 읽힌 적이 없다는 말인가?) 어쨌거나, 읽혔다는 걸 가정하여 구어체로 옮겼다. 



SEVILLA ME MATA


1. 제목. 기본적으로, 주제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게 없다면 내 강연 주제는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어디에서 오는가"로 불려야 할 것입니다. 이 주제에 충실히 따르면 내 답변은 3분을 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중산층 가족이나 어느 정도 안정된 프롤레타리아 가족 출신입니다. 총격전이 벌어지기보다는 존경 받기를 바라는, 이선에 있는 마약거래상의 가족 출신이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존경심입니다. 페레 힘페레르는 이미 이렇게 썼어요. 옛날에 작가들은 고위 계층이나 귀족 출신이었고, 문학을 선택함으로써 - 최소한 4,5년이나 인생 전부를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견디면서 - 사회적인 추문에 휩싸이고, 학습된 가치에 대한 파괴를 일삼으며, 끊임없은 비판과 야유를 받게 된다고 말이죠. 반대로 오늘날,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들은 하층 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 계열 출신이고 그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살면서 존경심을 받는 겁니다. 즉, 오늘날 작가들은 알려지기를 원해요. 동료 작가들에게 알려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권위"라 불리곤 하는 권력의 횡령자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죠. 어떤 시대에든 (젊은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것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그것은 결국 출판사를 행복하게 하고 작가들은 더욱 더 행복하게 하는 책 판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작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자신의 부모님들이 하루에 여덟 시간, 아홉 시간, 열 시간 동안 얼마나 어렵게 일하는지도 알고 있었죠. 이건 직업이이 있을 때예요. 하루에 열 시간 일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예요. 그리고 미궁 속에서 직업을 구하느라 (물론 돈이 들죠) 시간을 질질 끄는 겁니다. 그보다 더 안 좋은 건, 라틴아메리카의 지독한 십자 퍼즐을 푸느라 시간을 보내는 거죠. 그래서 말해지곤 하는 것처럼, 젊은 작가들은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고 판매를 위해 육체와 영혼을 바칩니다. 어떤 작가들은 몸을 더 사용하고 어떤 작가들은 영혼을 더 사용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판매를 위해서 다루는 거예요. 그럼 무엇을 팔지 않을까요? 그걸 고려해보는 건 중요하죠. 분열/혼란은 팔지 않아요. 눈을 뜬 채 바닥까지 가라앉아 글 쓰는 것도 팔지 않아요. 예를 들어,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는 팔지 않죠. 마세도니오는 보르헤스의 훌륭한 선생님 세 분 중 한 명일지도 모르는데(그리고 보르헤스는 우리들 정전의 중심이거나 중심임에 틀림없죠) 아무도 신경 안 써요. 모두들 마세도니오를 읽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를 팔지는 않죠. 그러면 우린 그를 잊게 됩니다. 만약 오스발도 람보르기니를 팔지 않는다면, 그도 결국엔 잊혀질 거예요. 후안 로돌포 윌콕은 아르헨티나에서만 알려졌죠. 오직 소수의 행복한 독자들에게만. 그러니 결국 윌콕 또한 잊혀질 겁니다. 새로운 라틴아메라카 문학이 어디에서 오냐고요? 대답은 정말 간단합니다. 그건 공포로부터 옵니다. 파세오 아우마다(*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거리)에서 싸구려 잡동사니를 파는 일에 대한 공포,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끔찍한 공포로부터 오는 겁니다. 존경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오지만, 그건 단지 공포를 감추고 있는 것뿐이에요.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마치 뉴욕 마피아 영화에 출연해 존경심에 대해 몇 마디 내뱉는 엑스트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고도를 기다리는 삼십 대, 사십 대, 아니면 오십 대 중 하나의 안쓰러운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고도란, 노벨상이나 룰포상, 세르반테스상, 아스투리아스상,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뜻합니다.


2. 강연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내가 방금 했던 말들을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농담이었거든요. 어쩔 수없이 쓰거나 말한 거예요. 내 인생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더이상 터무니없는 적들을 바라지는 않아요. 당신들에게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어서 여기에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농담이었어요. 사실은 당신들 보면 부러워 죽겠어요. 당신들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젊은 작가들 말입니다. 당신들에겐 미래가 있죠.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에요. 농담이었습니다. 그런 미래는 완전히 잿빛이에요. 카스트로 독재나 스트로스네르 독재, 피노체트 독재처럼 말입니다. 우리 대륙에서 계속적으로 이어졌던 수많은 부패한 정부들처럼 말입니다. 아무도 나와 싸우려고 덤벼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의료 처방전에 따라 싸울 수가 없거든요. 사실, 난 이 강연이 끝나면 내 방구석에 처박혀서 포르노 영화나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카르투하 섬(*세비야, 과달키비르 강에 있는 섬)에 방문하기를 바랍니까? 장난하지 말라 그래요. 플라멩코 무대를 보러 가길 바라는 거예요? 나에 대해 또다시 오해를 했군요. 난 그저 멕시코나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로데오를 보고 싶을 뿐이에요. 일단 거기 가서, 신선한 똥이랑 칠레 국화의 냄새 속에서 잠들고 싶고 꿈꾸고 싶습니다. 


3. 강연은 땅바닥 위에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합니다. 이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땅바닥에 발을 딛고 서야 합니다. 여기 초청된 작가들 중 일부는 내 친구들이겠죠. 그들에겐, 내게 정중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나머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몇몇은 읽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가 있고요. 물론 편의상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라 불리는 것의 실체를 이해하려면 여기에 모인 작가들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을 언급하는 게 맞는 일일 겁니다. 굉장히 어렵고, 더할 나위 없이 급진적인 작가부터 시작해볼까요. 다니엘 사다입니다. 그 다음엔 이런 작가들의 이름을 호명해야 합니다. 세사르 아이라, 후안 비요로, 알란 파울스, 로드리고 레이 로사, 입센 마르티네스, 카르멘 보우요사. 굉장히 젊은 작가인 안토니오 운가르, 칠레 작가 곤살로 콘트레라스, 페드로 레메벨, 하이메 코예르, 알베르토 푸겟, 마리아 모레노(*못 찾겠다;;), 마리오 베야틴. 이들은 운이 좋든, 운이 없든, 멕시코인들에겐 멕시코인으로, 페루인들에겐 페루인으로 간주되죠. 이런 식으로 몇 분 더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리 위에서 강을 보면 작가들의 파노라마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 강은 굉장히 넓고 수량이 많은 강입니다. 거기에서 오십 살 이하, 사십 살 이하, 삼십 살 이하의, 최소한 스물다섯 명의 작가 얼굴들이 물 위에서 나타날 겁니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을까요? 난 전부 익사할 거라고 믿습니다.


4. 유산. 우리 부모들, 또는 우리 부모라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보물은 형편없습니다. 사실상 우리들은 소아성애자의 맨션에 납치된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예요. 당신들 중 몇몇은, 그래도 소아성애자가 살인자보다는 더 자비롭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소아성애자가 좀 더 낫죠. 하지만 우리들의 소아성애자는 또한 살인자이기도 합니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311-314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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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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