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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태양과 두개골(Sol y calavera)


몇 주 전에 주문한 [괄호 치고] 원서가 어제 도착했다. 며칠 전에는 영역본도 도착했다. 이제 열심히 읽고 옮기는 일만 남았... (과연;;)

출처: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6-sol-y-calavera-roberto-bolano-377188


다음 글의 서사적 기원은 아마도 작가가 블라네스 해변에서의 반복적인 나날 속에서 경험했던 것에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평범한 사건으로부터 볼라뇨가 어떻게 "본질"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이다. "내 인생, 해변에서 있었던 최악의 여름"이라는 다른 글에서도 같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서는 이야기적인 요소가 좀 더 보태진다. "최악의 여름..."은 해독 과정에서 마약중독자의 삶이 어떤지, 그리고 매일 해변으로 내려가는 일에 대해 묘사했다.
"태양과 두개골"은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아나그라마) 145쪽에서 발췌했다. 


태양과 두개골

어느 날 나는 해변에 있었고, 시체를 본 것 같다. 블라네스의 파세오 마리티모의 어느 벤치에 앉아 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의 발에 묻은 모래를 터는 걸 기다리는 중이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때 시체를 봤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한 부인이 책을 읽으면서 비치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그녀는 자기 나이 또래의, 어쩌면 좀 더 많을지도 모르는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 남자는 최소한의 수영복만 입은 채 햇빛을 쬐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마치 두개골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고는 그 남자가 머잖아 죽을 거라고 혼잣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 평온하게 책을 읽고 있는 부인 역시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등받이가 파란색인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작은 의자였지만 편안해 보였다. 그는 얼굴만 비치파라솔 아래에 둔 채 모래밭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본 것 같다. 어쩌면 그저 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부인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의 몸은 햇빛에 많이 그을린 것 같았다. 피골이 상접하면서도 구리빛 피부라니. 그들은 북쪽에서 온 여행객이었다. 아마 독일인이나 영국인일 것이다. 어쩌면 네덜란드인이나 벨기에인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개골과 굉장히 닮아 갔다. 그제서야 나는,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부주의하게, 그가 태양빛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보호 크림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햇빛을 쬐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나이든 여행객은 태양과 이별했고, 자신의 몸과 이별했으며, 자신의 옆에 있는 부인과 이별했다. 그것은 볼 만한 일이었고, 존경스러운 일이었다. 모래 위에서 그렇게 햇빛을 쬐는 시체는 없다. 사람만이 그렇게 한다.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얼마나 우아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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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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