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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보르헤스와 갈까마귀(Borges y los cuervos)


오랜만의 포스팅. 뭘 검색하다가 우연히 아래 블로그를 발견했다. 볼라뇨의 에세이집 [괄호 치고]의 글들 일부를 발췌해뒀음은 물론 이 책 저 책에서 볼라뇨의 말/글들을 수집해둔 블로그다. (늘 그렇듯 개떡 같은 번역이라 쵸큼 우울하다.)

출처 :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5-borges-y-los-cuervos-roberto-bolano-376703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 144쪽에서 볼라뇨가 존경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 관한 다음의 텍스트(아름다운 제목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를 읽을 수 있다.

보르헤스와 갈까마귀

나는 제네바에 있다. 그리고 보르헤스가 묻혀 있는 묘지를 찾는다. 아침엔 가을 날씨처럼 쌀쌀하다. 비록 고집이 있고 위대한 민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제네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얼마간의 햇살이 어슴프레 비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플라인팔라이스Plainpalais(보르헤스가 있는 묘지)는 이상적인 묘지다. 매일 오후 어느 미국 외교관의 무덤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위해 오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곳은 묘지라기보다는 공원처럼 보인다. 대단히 사소한 부분까지 엄청나게 잘 관리된 그런 공원. 묘지기에게 보르헤스의 무덤에 대해 묻자 그는 바닥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정확한 어휘들로 그 장소를 가리킨다. 잃어버릴 리가 없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방문객들의 왕래가 계속될 거라 짐작하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묘지는 문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마침내 보르헤스의 무덤에 도착했으나 주변엔 아무도 없다. 나는 칼데론(*17세기 스페인 극작가)을 생각하고, 영국과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들을 생각하며, 삶이 얼마나 이상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무덤을 볼 뿐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비석과, 그가 태어난 해와 죽은 해, 그리고 독일어로 된 문구를 볼 뿐이다. 그러고 나서 무덤 앞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갈까마귀들이 크게 우짖는다, 목이 쉰 듯 걸걸한 소리로,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갈까마귀라니! 제네바에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야 묘지엔 갈까마귀가 가득하다는 걸 깨닫는다. 커다랗고 검은 까마귀들은 비석이나 노목의 가지에 앉아 있거나 플라인팔라이스 묘지 잔디밭에서 폴짝거린다. 잠시 후 나는 걷고 싶은, 더 많은 무덤들을 둘러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마 운이 좋으면 이탈로 칼비노의 무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더 진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갈까마귀들은 묘지의 금지구역을 지나치지 않고 나를 따라온다. 언제든지 날아올라 이곳을 떠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후에 그들은 로다노 주변이나 호숫가에 앉아 쉴 것이다. 백조와 오리 들을 둘러보기 위해서 말이다. 경멸의 눈초리로 볼 것이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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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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