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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회고록(Los libros de memorias)


모든 책 중에서 회고록이 가장 거짓된 책이다. 회고록 안에 있는 거짓은 의심 받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에 다다르고, 회고록의 저자들은 대개 자신을 정당화하기 바쁘다. 거품과 회고록은 함께 어울리기 마련이다. 허위와 회고록은 죽이 잘 맞다. (비록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을 나쁘게 말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회고록 저자들을 본 적이 없다. 자기 인생에서 수치스러웠던 에피소드를 냉정하게 풀어놓는 저자들도 본 적이 없다. 마치 그들의 삶에서 수치스러웠던 일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어떤 회고록 저자들도 자신의 비겁함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들은 용감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태풍의 눈 속을 통과하는 것처럼 살기 마련이다. 현대 문학사에 있어서 이런 회고록 저자들의 가장 최근의 예로서, 파블로 네루다의 [내 삶을 고백한다Confieso que he vivido]를 들 수 있다. (*한국에는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반면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최근 책 [죽기 전에Antes del fin](세이스 바랄 출판사)는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책이다. 이 책은 그가 침묵한 지 20년도 더 지난 후에 출간된 것이다. 사바토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단지 세 권의 장편소설만을 썼고 아마 더 이상은 소설을 쓰지 않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를 포기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책의 분량이다. 고작 188페이지이기 때문이다. 회고록을 다루기에는 분명 충분하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책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우리 독자들은 188페이지가 충분한 분량이며 심지어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그는 불행이 존재하고 유토피아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유토피아에서 우리는 숨을 쉬거나 숨을 멈춘다. 이것이 사바토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었던 전부이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4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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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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