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칠레 문학


블라네스에서의 평온한 날들. 나는 새로운 칠레 문학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 수업을 하는 사람도 나고 받는 사람도 나뿐이다.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비록 이따금씩 학생으로서의 게으름 탓에 머리털이 쭈삣 일어설 때가 있긴 하지만. 강사로서의 서투름 탓에 갑작스러운 졸음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공격을 기면발작이라고 한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아이다호)에서 리버 피닉스가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버 피닉스에겐 키아누 리브스가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피닉스에겐 자신의 졸린 머리를 기댈 곳이 있었다는 얘기다.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곤 책밖에 없다. 책은 이따금씩 악몽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책과 베개를 혼동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을 자고 책을 읽는다. 꿈 속에서 내가 말한 바에 의하면, 칠레 문학은 많은 작가들과 비평가들과 독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몽이다. 현실적인 악몽이 강한 충격으로 나를 깨운다. 나는 거리로 나간다. 저녁 일곱 시. 은행으로 간다. 은행 문을 열자 지팡이를 든 남자가 내 앞으로 끼어든다.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 그는 일전에 맥주병을 던져 바의 유리창을 깬 적이 있다. 들어가도 되죠? 그가 물었다. 물론이죠. 그에게 대답했다. 내가 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 돈을 뽑는 동안 지팡이를 든 그 남자는 모퉁이에 서서 자신의 예금 통장을 읽고 있다. 내가 나갈 때 그가 작별인사를 했으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예금 통장을 마치 소설책처럼 읽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팡이를 든 그 남자는 상대적으로 교양 있는 사람이다. 다른 바에 있을 때, 그는 피터 팬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술고래처럼 술에 취해 있었고 옛날엔 자신이 부자였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선 눈물을 흘렸다. 리버 피닉스가 피터 팬처럼 좋은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은행에서 멀어지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칠레의 새로운 문학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새로움은 마누엘 로하스에서부터 현재까지라고 한다. 나의 발걸음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게임 가게로 향한다. 가게 주인 이름은 산티. 나의 친구다. 나는 그에게 삼천 페세타의 빚이 있다. 실은 그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인출했던 것이다.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단지 산티만이 가게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를 도와주는 대신, 나는 가게 모퉁이에 조용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있었던 그 남자처럼 사람들을 관찰한다. 게임을 살펴보고 있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안 좋아진다. 나는 눈을 감는다. 갑자기 의심할 바 없는 칠레 억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고 세 명으로 된 한 무리를 발견한다. 한 명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남자애로 중성적인 억양으로 말한다. 다른 한 명은 남자애의 엄마로 콜롬비아 억양 비슷하게 말한다. 나머지 한 명은 짙은 흑발의 남자로 아까 처음에 말했던 사람이다. 그는 칠레인이다. 이 삼인조는 쫄바지를 입고 부츠를 신었다. 그들의 체구는 작다. 남자애는 터프해 보이지만 그리 영리할 것 같지는 않다. 순한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자신이 어리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그의 콜롬비아인 엄마는 40대거나 그보다 조금 적은 걸로 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확실히 거칠지만 지금은 평화로워 보인다. 콜롬비아 여자와 커플인 칠레 남자는 남자애의 아버지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는 삼십대가 틀림없고, 자신의 양아들만큼이나, 혹은 양아들보다 더욱 게임 구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삼인조는 지옥에서 막 탈출한 것 같다. 콜롬비아 여자는 오늘 좋은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두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한 주일을 보낼 준비를 한다. 나는 기 드보르상황주의자들에 대해 생각한다. 생생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운 칠레 문학에 대해 생각한다. 산티가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을 보여주길래 슬쩍 본다. 세틀러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비슷할 게 틀림없다. 그에게 갚아야 할 돈을 건네주고 가게에서 나온다. 집에 가는 길에 꿀과 카모밀차를 산다. 나는 다시 집에 있다. 다시 나의 수업에 참여한다. 책을 읽는 것이다. 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나는 책에 기대 잠을 자고 꿈을 꾼다. 불면증과 기면발작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도 책이다. 그 후 어둠 속에서 눈을 떠 벽을 바라본다. 절룩거리는 남자의 얼굴과 지옥에서 온 듯한 삼인조의 얼굴이 러시모어 산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생존자들은 어떤 작가들을 읽는가? 나는 큰 목소리로 묻는다. 위선자들을, 나의 형제들을.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5-117p), ANAGRAMA


'Entre parént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를린  (0) 2011.12.01
카탈란어로 번역된 [페르디두르케]  (2) 2011.11.24
블라네스의 봄  (0) 2011.11.07
회고록(Los libros de memorias)  (0) 2011.11.07
토메오(Tomeo)  (0) 2011.11.03
top

posted at

2011. 11. 24. 14:17


CONTENTS

¡Viva Bolaño!
BLOG main image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