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월은 이상한 달이다. 어느 날 해변에 갔다가 삼십 대 정도의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예뻤다. 검은 색 비키니를 입고, 서서 책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 난 그녀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깔아둔 수건 위에 누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여전히 서 있었고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략 두 시간 동안 그녀는 서서 책을 읽었다. 바닷가쪽으로 갔지만 파도에 장딴지를 적시기만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는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이따금씩 책을 옆에 내려두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서 있었다. 어떨 때는 몸을 숙여 가방에서 1.5리터 펩시 병을 꺼내 마시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단 한 차례도 무릎을 구부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기 물건들을 챙겨 자리를 떴다. 같은 날, 조금 더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세 명의 여자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티팬티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무지하게 예쁜 아이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의 엉덩이에는 문신이 있었다. 그들은 활기차게 대화를 나눴고 물속에 들어가서는 매번 수영을 했다. 그러고 나서 자리로 돌아와 바닥에 깔아둔 매트 위에 드러누웠다. 요컨대, 일상적인 해변 풍경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나는 내 핸드폰이라고 생각했다가 곧 핸드폰 없이 지낸 지 꽤 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들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으나 다음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카탈란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니라는 점. 어쨌거나 목소리 톤은 끝장나게 심각했다. 이후 그들 중 두 명이 마치 좀비처럼 일어서서는 바위 쪽으로 걸어가는 걸 봤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수영복에 묻은 모래를 터는 양 행동했다. 그들은 바위쪽에 멈춰서더니 덩치가 크고 못생긴 한 남자와 이야기를 했다. 온몸에 털이 수북한 남자였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털이 많은 남자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그녀들은 그 남자 앞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그가 하는 얘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그녀들은 나머지 친구 한 명이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와 이전과 똑같이 행동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여자들은 누구일까? 나는 밤이 되어서야 자문해보았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어떤 사람이 펩시를 마셨다. 다른 사람들은 곰 앞에 머리를 수그린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겠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24-125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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