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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Philip K. Dick)


영역본을 주로 봤고 부분부분 원서를 참고했...거나 말거나 참 이상한 한국어다. ( -_-);


필립 K. 딕

로드리고 프레산과 필립 K. 딕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지만, 바르셀로나 근처의 바bar나 레스토랑에서든 서로의 집에서든, 우리는 결코 말할 거리가 고갈되지 않았다.

다음은 우리가 이끌어낸 몇 까지 결론이다. 딕은 정신 분열증이 있었다. 딕은 편집증적이었다. 딕은 20세기 최고의 미국 작가 열 명 중 하나이다. 그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딕은 LSD(마약)에 푹 절은 일종의 카프카였다. 딕은 [높은 성의 사내]에서,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리얼리티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역사란 것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말해준다. 딕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아메리카 드림의 죽음과의 결합이다. 딕은 이따금 죄수처럼 쓴다. 윤리적으로든 미학적으로든, 그가 진정으로 죄수이기 때문이다. [유빅]에서 딕은 이야기의 설정 속에서, 인간의 의식이나 의식의 분절을 포착하는 것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 사이의 유사성은, 토마스 핀천이나 돈 드릴로가 행한 유사한 실험보다 더욱 빛이 난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가상 의식에 대해 웅변적으로 글을 쓴 사람은 딕이 처음이다. 속도에 대한 인식, 엔트로피에 대한 인식, 우주에서의 소란스러움에 대한 인식에 대해 글을 쓴 사람 역시 딕이 처음이다. 처음이 아니라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화성의 타임슬립]에서 이런 것들을 보여줬는데, 여기 나오는 미래의 묵시적인 예수와도 같은 자폐증 소년은 시간과 공간의 역설, 우리 모두가 향하는 죽음을 느끼고 고통받는 데 자기 자신을 바친다.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딕은 결코 자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 말은 곧 그가 허먼 멜빌보다는 마크 트웨인 쪽에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비록 나보다 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로드리고 프레산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딕에게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 딕은 아마도 20세기 작가들 중 가장 많이 표절된 작가 중 한 명일 것이다. 프레산의 의견에 따르면, 마틴 에이미스가 쓴 [시간의 화살]은 딕의 Counter-Clock World를 파렴치하게 표절했다. 나는 에이미스가 딕이나 딕의 선구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고 믿는 편이다. (에이미스의 아버지, 시인 킹슬리 에이미스를 잊지 말자. 그 또한 SF를 옹호했고 SF의 엄청난 독자였다.) 딕은 최근 몇 년 동안 (버로우와 함께) 미국 이외의 시인들, 소설가들, 에세이시스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 딕은 안 좋을 때마저 좋았다. 이미 대답은 알고 있지만 자문해본다. 라틴아메리카 작가 중에 그와 같은 작가가 있는지. 딕은 카슨 맥컬러스처럼 진하게 고통을 그려낸다. [발리스]는 맥컬러서의 그 어떤 소설보다 더 불안하다. 특정한 경우, 딕은 거지들의 왕처럼 보인다. 다른 때는 숨겨지고 비밀스러운 백만장자처럼 보인다. 이런 것을 통해 그가 설명하려 했던 것은 두 가지 역할이 실은 하나라는 점이다. 딕은 [닥터 블러드머니]를 썼다. 그건 걸작이다. 그리고 1962년에 [높은 성의 사내]로 현대 미국 소설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쓰레기 예술가의 고백](1959년에 썼고 1975년에 출간됐다)처럼, SF와는 아무 상관 없는 소설도 썼다. 이 작품은 그가 미국 출판 산업계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의 수많은 책들에 대한 기억을 통해 내가 항상 지니고 있을 실제 딕에 대한 세 가지 이미지가 있다. 첫째 이미지. 딕과 그의 결혼들 - 캘리포니아 이혼에 대한 끊임없는 지출. 두 번째. FBI 자동차가 그의 집 밖에 주차된 채로 흑표범단의 방문을 받는것. 세 번째. 딕과 그의 아픈 아들과, 다른 질병은 없는지 의사에게 다시 돌아가서 물어보라고 그의 머릿속에서 충고하는 어떤 목소리. 굉장히 드물게, 굉장히 진지하게, 딕은 그렇게 했고, 의사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들은 응급 수술을 실시했고 소년의 목숨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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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태양과 두개골(Sol y calavera)


몇 주 전에 주문한 [괄호 치고] 원서가 어제 도착했다. 며칠 전에는 영역본도 도착했다. 이제 열심히 읽고 옮기는 일만 남았... (과연;;)

출처: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6-sol-y-calavera-roberto-bolano-377188


다음 글의 서사적 기원은 아마도 작가가 블라네스 해변에서의 반복적인 나날 속에서 경험했던 것에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평범한 사건으로부터 볼라뇨가 어떻게 "본질"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이다. "내 인생, 해변에서 있었던 최악의 여름"이라는 다른 글에서도 같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서는 이야기적인 요소가 좀 더 보태진다. "최악의 여름..."은 해독 과정에서 마약중독자의 삶이 어떤지, 그리고 매일 해변으로 내려가는 일에 대해 묘사했다.
"태양과 두개골"은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아나그라마) 145쪽에서 발췌했다. 


태양과 두개골

어느 날 나는 해변에 있었고, 시체를 본 것 같다. 블라네스의 파세오 마리티모의 어느 벤치에 앉아 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의 발에 묻은 모래를 터는 걸 기다리는 중이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때 시체를 봤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한 부인이 책을 읽으면서 비치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그녀는 자기 나이 또래의, 어쩌면 좀 더 많을지도 모르는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 남자는 최소한의 수영복만 입은 채 햇빛을 쬐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마치 두개골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고는 그 남자가 머잖아 죽을 거라고 혼잣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 평온하게 책을 읽고 있는 부인 역시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등받이가 파란색인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작은 의자였지만 편안해 보였다. 그는 얼굴만 비치파라솔 아래에 둔 채 모래밭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본 것 같다. 어쩌면 그저 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부인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의 몸은 햇빛에 많이 그을린 것 같았다. 피골이 상접하면서도 구리빛 피부라니. 그들은 북쪽에서 온 여행객이었다. 아마 독일인이나 영국인일 것이다. 어쩌면 네덜란드인이나 벨기에인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개골과 굉장히 닮아 갔다. 그제서야 나는,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부주의하게, 그가 태양빛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보호 크림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햇빛을 쬐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나이든 여행객은 태양과 이별했고, 자신의 몸과 이별했으며, 자신의 옆에 있는 부인과 이별했다. 그것은 볼 만한 일이었고, 존경스러운 일이었다. 모래 위에서 그렇게 햇빛을 쬐는 시체는 없다. 사람만이 그렇게 한다.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얼마나 우아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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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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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La mejor banda)



출처: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4-la-mejor-banda-roberto-bolano-374378


최고의 팀

만약 유럽에서 가장 감시가 철저한 은행을 털어야만 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런 짓을 함께 할 동료들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면, 난 의심의 여지없이, 다섯 명의 시인으로 된 그룹을 선택할 것이다. 다섯 명의 진정한 시인들, 아폴로적이든 디오니소스적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진정한 시인들, 그러니까 시인의 운명을 가진 시인들, 시인의 삶을 사는 시인들. 세상에 그들보다 더 용감한 사람은 없다. 더 큰 위엄과 통찰력으로 재앙에 맞서는 사람은 없다. 분명 그들은, 구이도 카발칸티의 독자들과 아르나우트 다니엘의 독자들, 뼈의 평원을 가로질렀던 도망자 아르킬로코스의 독자들은 약하다. 그리고 그들은 언어의 공백 속에서, 마치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행성에 갖힌 우주비행사처럼 일하고, 언어로 된 건물이나,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 부르는 바보 같은 노래밖에 없는, 독자도 없고 편집자도 없는 사막에서 일한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시인들은 가장 빛나는 존재이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열여섯이나 열일곱 살 정도의 광적인 청년들이 시인이 되고자 결심한다면, 그들의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동성애자 유대인, 흑인 혼혈인, 반볼셰비키주의자, 그리고 시베리아로 추방된 사람들의 가족들 역시 수치스럽게 살고는 한다. 보들레르의 독자들 역시 중고등학교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 반 친구들과도 그렇고 선생님들과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약하다는 것은 속임수이다. 그들의 사랑에 대한 변덕스러운 선언과 유머도 마찬가지. 그들의 모호한 그림자 뒤에서 우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확실히 가장 용감한 사람들이다. 시인들이 괜히 오르페우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아르고나우타이에서 노의 리듬을 담당하여 지옥까지 내려갔다가 살아서 돌아왔다. 그의 열정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끝끝내 살아 있다. 만약 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안이 잘 된 은행을 습격해야 한다면, 나의 팀은 시인들로만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는 아마 처참한 형태가 되겠지만,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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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1. 16:49


POST : Entre paréntesis

문명(Civilización)


어렵다... ( -_-)


출처 :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8-civilizacion-roberto-bolano-379036

로베르토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아나그라마 출판사) 120쪽에서 다음의 글을 볼 수 있다.


문명

 [지옥의 묵시록Apocalipse Now]에서 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인물에게 네이팜 냄새보다 더 좋은 아침식사는 없었다. 그에게 그 냄새는 승리를 알려주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을린 냄새(사람들이 말하길, 공기에 매달려 있는 듯한 강렬한 냄새)는 때론 승리를 알려주지만 이따금씩 공포스럽기도 하다.

나는 네이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 화약 냄새는 맡아봤다. 화약 냄새는 확실히 승리를 알려주기보다는 축제스러운 느낌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렇다. 다른 경우에 그것은 공포스럽다. 최루가스 냄새 - 어떤 나라에서는 화약 냄새보다 먼저 나곤 한다 - 는 대조적으로, 스포츠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승리의 행진의 냄새는 항상 먼지처럼 보인다. 팔과 다리에 난 문둥병처럼 들러붙어 있는, 투명하면서도 빛나는 먼지. 감금된 군중의 냄새는 먼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죽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그게 그것일 것이다. 넓고 개방된 공간, 이를테면 운동경기장이나 공터에 있는 군중의 냄새는 공포스러운 데가 있다. 나는 축구 경기와 콘서트와 집회를 싫어한다. 그런 장소에서의 공포는 때때로 견딜 수가 없다.

반대로 걷는 것은 좋아한다. 음탕한 노인네들과 함께라면. 여름에 블라네스의 파세오 마리티모Paseo Marítimo에서라면. 해변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곳에는 반쯤 벗은 몸뚱이들이 승리로 가득한 채 무리지어 있다. 잘생긴 사람이든 못생긴 사람이든, 뚱뚱한 사람이든 마른 사람든, 완벽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그곳의 공기는 우리에게 끝내주는 냄새, 태닝 크림의 냄새를 가져다준다. 몸뚱이들로 뒤범벅이 된 그런 무리들이 뿜어내는 냄새를 나는 좋아한다.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악센트를 주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이따금씩 우울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형이상학적인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수많은 태닝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 들. 거기선 민주주의의 냄새가 난다. 문명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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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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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갈까마귀(Borges y los cuervos)


오랜만의 포스팅. 뭘 검색하다가 우연히 아래 블로그를 발견했다. 볼라뇨의 에세이집 [괄호 치고]의 글들 일부를 발췌해뒀음은 물론 이 책 저 책에서 볼라뇨의 말/글들을 수집해둔 블로그다. (늘 그렇듯 개떡 같은 번역이라 쵸큼 우울하다.)

출처 :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5-borges-y-los-cuervos-roberto-bolano-376703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 144쪽에서 볼라뇨가 존경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 관한 다음의 텍스트(아름다운 제목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를 읽을 수 있다.

보르헤스와 갈까마귀

나는 제네바에 있다. 그리고 보르헤스가 묻혀 있는 묘지를 찾는다. 아침엔 가을 날씨처럼 쌀쌀하다. 비록 고집이 있고 위대한 민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제네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얼마간의 햇살이 어슴프레 비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플라인팔라이스Plainpalais(보르헤스가 있는 묘지)는 이상적인 묘지다. 매일 오후 어느 미국 외교관의 무덤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위해 오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곳은 묘지라기보다는 공원처럼 보인다. 대단히 사소한 부분까지 엄청나게 잘 관리된 그런 공원. 묘지기에게 보르헤스의 무덤에 대해 묻자 그는 바닥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정확한 어휘들로 그 장소를 가리킨다. 잃어버릴 리가 없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방문객들의 왕래가 계속될 거라 짐작하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묘지는 문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마침내 보르헤스의 무덤에 도착했으나 주변엔 아무도 없다. 나는 칼데론(*17세기 스페인 극작가)을 생각하고, 영국과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들을 생각하며, 삶이 얼마나 이상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무덤을 볼 뿐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비석과, 그가 태어난 해와 죽은 해, 그리고 독일어로 된 문구를 볼 뿐이다. 그러고 나서 무덤 앞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갈까마귀들이 크게 우짖는다, 목이 쉰 듯 걸걸한 소리로,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갈까마귀라니! 제네바에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야 묘지엔 갈까마귀가 가득하다는 걸 깨닫는다. 커다랗고 검은 까마귀들은 비석이나 노목의 가지에 앉아 있거나 플라인팔라이스 묘지 잔디밭에서 폴짝거린다. 잠시 후 나는 걷고 싶은, 더 많은 무덤들을 둘러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마 운이 좋으면 이탈로 칼비노의 무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더 진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갈까마귀들은 묘지의 금지구역을 지나치지 않고 나를 따라온다. 언제든지 날아올라 이곳을 떠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후에 그들은 로다노 주변이나 호숫가에 앉아 쉴 것이다. 백조와 오리 들을 둘러보기 위해서 말이다. 경멸의 눈초리로 볼 것이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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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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