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tcétera

볼라뇨 만세!


  오늘 2011년 7월 15일은 볼라뇨가 죽은 지 8년째 되는 날이다. 현재 가장 애정하고 있는 작가인데 그의 기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스페인 기사 하나를 한국말로 옮겨봤다. (아직 스페인어 접속법도 모르는 수준이라 이 짧은 글에도 틀린 부분이 많을 텐데... 혹시 수고를 무릅쓰고 지적해주시면 감사히 고치겠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작가 하비에르 세르카스. 우리나라에는 그의 작품 [살라미나의 병사들]이 번역돼 있다. [살라미나의 병사들]은, 간단히 말하자면 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이런 간단한 언급은 이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지만 요지는 그게 아니라), 마지막 3부에는 볼라뇨가 직접 소설 속에 등장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르카스는 자신의 작품에 볼라뇨를 등장시킬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이다. 그 애정은 아래 글에서도, 무엇보다 글의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자기도 번듯한 작가이면서 볼라뇨 만세라니...

 아래 옮겨둔 글은 세르카스가 98년에 EL PAIS라는 신문에 쓴 글이다. 그가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이후에 볼라뇨가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소설판에 어마어마한 돌풍을 몰고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5년 후에 볼라뇨가 그렇게 죽을 것이라는 것 역시.

 
원문 출처 (http://www.elpais.com/articulo/cultura/BOLANO/_ROBERTO_/ESCRITOR/PREMIO_HERRALDE_DE_NOVELA/Viva/Bolano/elpepicul/19981103elpepicul_6/Tes)


그는 내가 만난 최초의 작가였다. 오래 전 히라노에서였다. 그곳은 오랫 동안 볼라뇨가 살았던 곳이다. 친구 한 명이 그를 내게 소개해줬는데 나처럼 작가가 되길 원하던 친구였다. 하지만 한 줄도 쓰지 못한 상태였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볼라뇨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안다. 내 친구가 볼라뇨에게 소설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가는 거죠. 근데 어디로 갈지는 몰라요." 그 말이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왜나하면 그건 진정한 작가의 말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 사람이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없는, 히피 잡상인 - 잡동사니를 팔며 시장바닥을 걸어다니는 사람들 - 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확신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당시에 난 진정한 작가란 쓸쓸한 관료들처럼만 옷을 입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치 프란츠 카프카가 그랬던 것처럼. 물론 나는 틀렸다. 그러나 많은 해가 지난 후에서야, 그보다 여러 해 전에 볼라뇨의 이름과 히피 잡상인 같은 그의 사진을 연관 짓지 못한 채, 질투와 선망을 동시에 하면서 그의 여러 책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시 한 번 히라노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엔 [전화](*볼라뇨 단편집 제목) 출판 기념회에서였다. 볼라뇨를 나에게 소개해준 친구 작가가 역시 있었다. 나는 볼라뇨와 겨우 악수했고 그와 네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오래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과 같다는 것, 그리고 그의 첫 소설은 갔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당연히 나는 그날 볼라뇨에게, 그를 처음 봤을 때 그가 진정한 작가가 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는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나는 그의 주변에서 밤새도록 뛰어다니며 보냈다. 쓸쓸한 관료처럼 옷을 입은 채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볼라뇨 만세!"

요즘은 작가들이 불운한 자서전을 개발하는 것이 유행이다. 볼라뇨는 그걸 개발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의 삶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히로나를 포함, 정말 믿기 어려운 곳들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세계의 여러 시장들에서 잡동사니를 파는 일을 포함해, 정말 번잡스러운 일들을 해왔다. 사실상, 진실한 그 어떤 작가들처럼, 그는 자신의 삶에서 단 하나의 일만 해왔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성취되지 않았지만 지금 현재 카탈란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들 중에 하나가 되는 일은 성취됐다. 그는 몇 년 전에 아주 어려운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블라네스에서 은둔자처럼 살았다. 거기서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완성시켰다. 그는 히피 잡상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살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은 오직 쓰기 때문에 가까스로 산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미린다만 마신다. 그건 꽤 번거로운 일인데 왜냐하면 그 상한 음료를 이제 아무도 제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에랄데 상을 받았다. 그 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그것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대신 분명한 점은, 볼라뇨가 에랄데 상에 보답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들에게도 역시 보답해왔다. 무척 고마운 일이다. 아, 잊을 뻔했다. 볼라뇨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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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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