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우이도브로와 파라와 함께 한 오후


내 친구 마르샬 코르테스-몬로이가 나를 라스 크루시스로 데려간 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거기서 우리는 식사를 하고 니카노르 파라와 함께 오후를 보낸다. [시와 반시](초판 1954년)의 저자인 그는 언덕 중턱에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다. 거기선 광막한 대양이 보이고, 만의 반대편에선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무덤도 보인다. 우이도브로의 무덤을 더 잘 보기 위해, 파라의 목재 테라스에 프리즘 쌍안경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도 [높은 매Altazor]의 저자의 무덤은 충분히 잘 보인다. 아니면 최소한 그를 좋아하는 만큼 잘 보인다.

저 숲이 보이나? 파라가 묻는다. 네, 보입니다. 어떤 숲이 보이지? 파라가 묻는다. 그가 교수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쪽 숲 아니면 아래쪽 숲? 오른쪽 숲 아니면 왼쪽 숲? 전부 다 보입니다. 나는 답한다. 동시에 달 세계 같은 황량한 경치를 응시한다. 좋아, 왼쪽 숲을 봐. 파라가 말한다. 아래쪽에는 고속도로 같은 게 있어. 선처럼 보이지만 선이 아니라 고속도로지. 보이나? 이제 고개를 들면 숲이 보일 거야. 그러니까, 고속도로이거나 지방 도로임이 분명한 스크래치가 보이고, 또한 숲이 보인다. 숲의 위쪽 부분에는 하얀 반점이 있어. 파라가 말한다. 사실이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숲은 검은 색에 가까운 어두운 녹색이다. 그리고 그 숲의 통일성을 가장 윗 경계에 있는 하얀 반점이 망가뜨린다. 하얀 반점이 보이네요. 나는 말한다. 그게 우이도브로의 무덤이야. 파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간다. 마르샬이 그와 동행하자 순식간에 나는 혼자 남겨진다. 동시에 흔들바람이 솟아오른다. 해변에서 언덕으로 불어온 바람이다. 나는 하얗고 작은 반점을 응시한다. 그 밑엔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뼈가 묻혀 있다.

잠시 후 뭔가가 내 바지를 끌어당기는 걸 느낀다. 우이도브로의 유령인가? 아니다. 파라의 고양이들이다.
집 없이 떠도는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들이 매일 오후 스페인어권 생존 시인 중 가장 위대한 시인의 정원에 끼니를 챙겨먹기 위해 들른다. 마치 나처럼.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33-134p), ANAGRAMA
 

'Entre parént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르히오 피톨  (0) 2012.01.18
죽음 앞의 리히텐베르크  (0) 2012.01.18
앙헬 플라네이의 유령  (0) 2012.01.14
빌라-마타스의 최근 책  (6) 2012.01.11
지옥의 천사들  (6) 2012.01.04
top

posted at

2012. 1. 14. 15:57


CONTENTS

¡Viva Bolaño!
BLOG main image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