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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Entre paréntesis

죽음 앞의 리히텐베르크


리히텐베르크는 우리의 철학자이다. 이따금 그가 우리의 유일한 철학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스칼이 있다는 점이고(그는 췌장염으로 죽었다), 또한 디오게네스도 있다는 점이다(그는 최초의 농담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내가 "우리"라고 말할 땐 솔직히 말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안을 찾는다, 리히텐베르크에게서, 그의 눈에서, 그의 감정적인 동요에서, 그의 의심에서 그리고 그위 취향에서. 때때로 이들은 전부 같은 것이다.

존경할 만한 괴팅건 시의 현자가 다음의 글을 쓴 지도 200년 남짓 되었다. "1799년 2월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밤에, 나는 꿈을 꾸었다. 여행하는 중이었고, 여인숙에서,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길가에 있는 선술집에서 식사를 했다. 가게 안에서는 사람들이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옷을 잘 차려 입은 젊은이는 다소 의심스러운 표정을 한 채 스프를 먹고 있었다. 서 있든 앉아 있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은 채. 그는 두세 번 스프를 떠먹을 때마다 숟가락 하나를 허공에 내던졌다가 곧바로 그 숟가락을 되잡고는 차분히 스프를 삼켰다. 이 꿈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내가 습관적으로 관찰을 했다는 점이다. 많은 것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소설가에게도 그냥 떠오르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데 이르렀다. 주사위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 옆에서 키가 크고 비썩 마른 여자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게임에서 이기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답했다. 그리고 뭔가를 잃어버릴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없어요. 나에겐 중요한 놀이로 여겨졌다."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구절은 카프카를 떠오르게 하고 20세기 문학의 좋은 점을 떠오르게 한다. 이 구절은 또한 계몽주의의 요약본이고 그 위에서 문화를 설립할 수 있었다. 이 구절은 2월 24일에,
그러니까 꿈을 꾼 지 14일 뒤에 있었던 작가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다. 마치 죽음이, 리히텐베르크와의 최후의 만남 2주 전에 그를 초대하고자 마음먹기라도 했었던 것처럼. 그럼 우리 괴팅건의 철학자는 비썩 마른 체구의 노부인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분명히 그는 유머와 호기심을 가지고 행동한다. 지성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34-135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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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8. 13:51


POST : Entre paréntesis

우이도브로와 파라와 함께 한 오후


내 친구 마르샬 코르테스-몬로이가 나를 라스 크루시스로 데려간 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거기서 우리는 식사를 하고 니카노르 파라와 함께 오후를 보낸다. [시와 반시](초판 1954년)의 저자인 그는 언덕 중턱에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다. 거기선 광막한 대양이 보이고, 만의 반대편에선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무덤도 보인다. 우이도브로의 무덤을 더 잘 보기 위해, 파라의 목재 테라스에 프리즘 쌍안경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도 [높은 매Altazor]의 저자의 무덤은 충분히 잘 보인다. 아니면 최소한 그를 좋아하는 만큼 잘 보인다.

저 숲이 보이나? 파라가 묻는다. 네, 보입니다. 어떤 숲이 보이지? 파라가 묻는다. 그가 교수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쪽 숲 아니면 아래쪽 숲? 오른쪽 숲 아니면 왼쪽 숲? 전부 다 보입니다. 나는 답한다. 동시에 달 세계 같은 황량한 경치를 응시한다. 좋아, 왼쪽 숲을 봐. 파라가 말한다. 아래쪽에는 고속도로 같은 게 있어. 선처럼 보이지만 선이 아니라 고속도로지. 보이나? 이제 고개를 들면 숲이 보일 거야. 그러니까, 고속도로이거나 지방 도로임이 분명한 스크래치가 보이고, 또한 숲이 보인다. 숲의 위쪽 부분에는 하얀 반점이 있어. 파라가 말한다. 사실이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숲은 검은 색에 가까운 어두운 녹색이다. 그리고 그 숲의 통일성을 가장 윗 경계에 있는 하얀 반점이 망가뜨린다. 하얀 반점이 보이네요. 나는 말한다. 그게 우이도브로의 무덤이야. 파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간다. 마르샬이 그와 동행하자 순식간에 나는 혼자 남겨진다. 동시에 흔들바람이 솟아오른다. 해변에서 언덕으로 불어온 바람이다. 나는 하얗고 작은 반점을 응시한다. 그 밑엔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뼈가 묻혀 있다.

잠시 후 뭔가가 내 바지를 끌어당기는 걸 느낀다. 우이도브로의 유령인가? 아니다. 파라의 고양이들이다.
집 없이 떠도는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들이 매일 오후 스페인어권 생존 시인 중 가장 위대한 시인의 정원에 끼니를 챙겨먹기 위해 들른다. 마치 나처럼.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33-134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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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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