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최고의 팀(La mejor banda)



출처: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4-la-mejor-banda-roberto-bolano-374378


최고의 팀

만약 유럽에서 가장 감시가 철저한 은행을 털어야만 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런 짓을 함께 할 동료들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면, 난 의심의 여지없이, 다섯 명의 시인으로 된 그룹을 선택할 것이다. 다섯 명의 진정한 시인들, 아폴로적이든 디오니소스적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진정한 시인들, 그러니까 시인의 운명을 가진 시인들, 시인의 삶을 사는 시인들. 세상에 그들보다 더 용감한 사람은 없다. 더 큰 위엄과 통찰력으로 재앙에 맞서는 사람은 없다. 분명 그들은, 구이도 카발칸티의 독자들과 아르나우트 다니엘의 독자들, 뼈의 평원을 가로질렀던 도망자 아르킬로코스의 독자들은 약하다. 그리고 그들은 언어의 공백 속에서, 마치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행성에 갖힌 우주비행사처럼 일하고, 언어로 된 건물이나,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 부르는 바보 같은 노래밖에 없는, 독자도 없고 편집자도 없는 사막에서 일한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시인들은 가장 빛나는 존재이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열여섯이나 열일곱 살 정도의 광적인 청년들이 시인이 되고자 결심한다면, 그들의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동성애자 유대인, 흑인 혼혈인, 반볼셰비키주의자, 그리고 시베리아로 추방된 사람들의 가족들 역시 수치스럽게 살고는 한다. 보들레르의 독자들 역시 중고등학교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 반 친구들과도 그렇고 선생님들과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약하다는 것은 속임수이다. 그들의 사랑에 대한 변덕스러운 선언과 유머도 마찬가지. 그들의 모호한 그림자 뒤에서 우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확실히 가장 용감한 사람들이다. 시인들이 괜히 오르페우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아르고나우타이에서 노의 리듬을 담당하여 지옥까지 내려갔다가 살아서 돌아왔다. 그의 열정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끝끝내 살아 있다. 만약 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안이 잘 된 은행을 습격해야 한다면, 나의 팀은 시인들로만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는 아마 처참한 형태가 되겠지만,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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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1. 16:49


POST : Entre paréntesis

문명(Civilización)


어렵다... ( -_-)


출처 : http://es.paperblog.com/entre-parentesis-8-civilizacion-roberto-bolano-379036

로베르토 볼라뇨의 책 [괄호 치고](아나그라마 출판사) 120쪽에서 다음의 글을 볼 수 있다.


문명

 [지옥의 묵시록Apocalipse Now]에서 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인물에게 네이팜 냄새보다 더 좋은 아침식사는 없었다. 그에게 그 냄새는 승리를 알려주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을린 냄새(사람들이 말하길, 공기에 매달려 있는 듯한 강렬한 냄새)는 때론 승리를 알려주지만 이따금씩 공포스럽기도 하다.

나는 네이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 화약 냄새는 맡아봤다. 화약 냄새는 확실히 승리를 알려주기보다는 축제스러운 느낌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렇다. 다른 경우에 그것은 공포스럽다. 최루가스 냄새 - 어떤 나라에서는 화약 냄새보다 먼저 나곤 한다 - 는 대조적으로, 스포츠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승리의 행진의 냄새는 항상 먼지처럼 보인다. 팔과 다리에 난 문둥병처럼 들러붙어 있는, 투명하면서도 빛나는 먼지. 감금된 군중의 냄새는 먼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죽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그게 그것일 것이다. 넓고 개방된 공간, 이를테면 운동경기장이나 공터에 있는 군중의 냄새는 공포스러운 데가 있다. 나는 축구 경기와 콘서트와 집회를 싫어한다. 그런 장소에서의 공포는 때때로 견딜 수가 없다.

반대로 걷는 것은 좋아한다. 음탕한 노인네들과 함께라면. 여름에 블라네스의 파세오 마리티모Paseo Marítimo에서라면. 해변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곳에는 반쯤 벗은 몸뚱이들이 승리로 가득한 채 무리지어 있다. 잘생긴 사람이든 못생긴 사람이든, 뚱뚱한 사람이든 마른 사람든, 완벽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그곳의 공기는 우리에게 끝내주는 냄새, 태닝 크림의 냄새를 가져다준다. 몸뚱이들로 뒤범벅이 된 그런 무리들이 뿜어내는 냄새를 나는 좋아한다.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악센트를 주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이따금씩 우울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형이상학적인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수많은 태닝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 들. 거기선 민주주의의 냄새가 난다. 문명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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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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