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제빵사들(Los pasteleros)


빵 먹고 싶다...


제빵사들

블라네스의 제빵사인 내 친구 조안 플라넬스는 자신은 절대 아프지 않고 항상 건강 상태가 좋다고 단언한다. 반쯤은 진지하게 반쯤은 농담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이렇게 지독한 겨울 동안 내가 아는 사람 중 그가 독감에 걸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내 직업 때문임이 분명해, 라며 조안은 갑자기 조금 우울해진 채 말한다. 어쩌면 그럴 것이다. 제빵사 조합은 무쇠 같은 건강 상태를 사람들에게 부여해 왔다. 관대하고 헌신적인, 시라노 드 베르쥬락의 조용한 후견인이었던 라게노에 대해 지금 생각해본다. 시인이자 사리아의 제빵사였던 J.V 포쉬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내 편집자를 만날 때면 가끔씩 그의 빵집에 들른다. 게다가 빵집 사리아의 포쉬에는 감탄할 만한 그 시인의 흉상이 있다. 그런 화려한 것을 전시한 빵집은 세계적으로도 얼마 없다. 하지만 이 빵집에서 이상한 점은 여자 종업원들의 행동이다. 그들은 전부 (몇 년 전부터) 포쉬 전집을 읽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모두, 가장 젊은 종업원뿐 아니라 가장 나이 많은 종업원까지 모두, 자신들이 모르는 고객을 기다린다. 말하자면, 자고 있을 때 더 분명하게 보인다고 말하는 그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고객을 빵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마치 카탈란 어문학 교수나 신비스러운 학술대회의 스탭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포쉬 빵집에 들를 때면 매번 그들이 나를 성실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데 감명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장 젊은 여자 종업원들은 심정적으로 나를 동정하지만 덜 젊은 종업원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절대 시인이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시의 비밀은 말이죠..." 그 순간 텔레파시로 나누는 우리의 대화는 잘리고 만다. 그러고 나서 나는 빵을 먹으면서, 제빵사들의 무쇠 같은 건강 상태에 대해 생각하면서 거리로 간다. 내 친구 조안 플라넬스는 그 비밀이 흥분하지 않고 책을 많이 읽으며 일을 많이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럼 전혀 슬프지 않아? 나는 그에게 묻는다. 이따금 슬프기도 하지만 항상 행복해. 그가 거의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1-112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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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1. 17:42


POST : Entre paréntesis

여성 독자들의 겨울(El invierno de las lectoras)


당분간 볼라뇨가 쓴 글만 계속 포스팅 할 것 같은 데 제목 옆에 굳이 'by 볼라뇨'를 덧붙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만 언제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올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뭐. 흠흠.

제목은 여성 독자들의 겨울El Invierno De Las Lectoras이다. 영역본에는 겨울의 여성 독자들The Women Readers of Winter이라고 했다. 영역본 제목이 글 내용과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원제 충실의 법칙(응?)에 따라 원제를 쓴다.


여성 독자들의 겨울

겨울엔, 여성들만이 추운 거리에 나타날 만큼의 충분한 용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블라네스의 바bar나, 기차역이나, 마리티모 빠세오에 길게 늘어앉아 있는 그녀들을 본다. 그녀들은 혼자 있거나 자신의 아이들과 있거나 조용한 친구 몇몇과 함께 있다. 그리고 그들 손엔 항상 책이 들려 있다. 이 여자들은 무슨 책을 보는 걸까? 엔리케 빌라 마타스가 몇 년 전에 물었다. 뭐든 볼 것이다. 항상 좋은 문학은 아니겠지만(근데 좋은 문학이란 게 뭐지?), 가끔 잡지도 볼 것이고, 이따끔씩 최악의 베스트셀러도 볼 것이다. 두껍게 껴입고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혁명을 해낸 러시아 여자들을, 겨울보다 나쁜 스탈린주의와 지옥보다 나쁜 파시즘을 견뎌낸 러시아 여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논리적인 것이 죽임을 당하던 시기에, 그들은 항상 책과 함께 있었다. 사실상 겨울의 이런 여성 독자들 대부분은 자살로서 삶을 마쳤다. 하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
나데쥬다 야코블레브나 만델슈탐을 읽었다. 그녀는 특별한 독자이자, 두 권의 회고록 - 그 중 하나의 제목은 [모든 희망에 저항하며](*한국엔 [회상]이란 제목으로 출간)이다 - 의 저자이면서, 살해당한 시인 오십 만델슈탐의 부인이었다. 가장 최근의 전기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함께 삼각관계에 빠졌었다. 그 소식은 그녀를 성녀처럼 여기는 그녀의 추종자들에게 놀라움과 실망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로선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겨울 동안 나데시다와 오십이 얼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소한, 그들이 많은 책을 읽으려 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의 성녀 여성 독자들은 뼈와 살이 있는 여자들이었고 대담함이 부족하지 않았다. 물론 몇몇이 자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몇몇은 공포를 견디고 다시 책을 펼친다. 춥고, 겨울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일 때 여자들이 읽는 미스테리한 책을 펼친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0-111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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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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