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토메오(Tomeo)


토메오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서 소설 내용 파악도 잘 안 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다른 글에 비해 잘못 해석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토메오

하비에르 토메오의 새 소설이 출간됐다. 그의 팬인 우리는 순수한 즐거움으로 손을 비빈다. 책 제목은 [나폴레옹 7세Napoleón VII]이고 자신을 나폴레옹이라고 믿는 광인에 대해 다룬다. 그는 자기 집 발코니로 나가 거리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건물 입구로 모여드는 자신의 병사들을 지켜본다. 이 인물은 [거북이의 노래El canto de las tortugas]에 나왔던 광인 - 그는 동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 - 의 어떤 모습을 연상시킨다. 광인 일라리오는 자신의 살찐 왼쪽 발가락과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따금씩 자신을 무라트소울트, 그리고 나폴레옹의 불행한 비서라고 믿는다. 물론 일라리오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텔레비전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티비를 볼 때 그는 자신에게 오는 특별한 시그널을 감지한다고 믿는다. 나폴레옹의 꿈 속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등장인물은 일라리오의 이웃인 크로스드레서이다. 그는 호세피나의 옷을 입고는 나폴레옹 7세와 밤에 데이트를 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는 부주의한 방식으로, 즉 여전히 희망이 있는 곳에서, 심연을 향해 직접적으로 나아간다. 두 등장인물은 전형적인 토메오적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 역시 주로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하나에는 오직 외로움 때문에 만나게 된 두 명의 다른 존재가 나누는 대화가 있다. (대체로 결국 고뇌로 가득한 독백으로 끝나버리게 된다. 눈을 깜빡거리며, 이성의 한계에 다다라서.) 다른 하나에는 주로 단 한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세계와 불화하게 된다. 토메오의 눈은 - 아마 스페인 문학에서는 거의 할 수 없었던 것일 듯하다 - 일상적인 지옥과 (아는 사람들이나 아는) 예기치 않은 어휘의 천국들을 살핀다. 그리고 우리에게 실제의 이미지와 황폐화된 우리들의 저항을 보여준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3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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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3. 22:03


POST : Entre paréntesis

서점 주인(La Librera)


제목이 "La Librera", 그러니까 영어로 "Bookseller"인데 사전에 나와 있는 '서적상'이나 '책장수'로는 느낌이 잘 안 살고, 딱히 어울리는 단어가 뭐지도 모르겠고... 암튼 그래서 저런 제목을 썼다. 우리나라엔 갈수록 대형서점만 남고 아래와 같은 서점은 멸종되고 있는 현실이니 그에 적합한 단어도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서점 주인

우리는 모두 가치 있게 생각하는 서점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내 경우는 블라네스에 있는 산트 호르디 서점이다. 필라르 파헤스페티트 이 마르토리의 서점이고 마을의 오래된 건천에 있다. 사흘에 한 번씩 나는 책 냄새를 맡으러 그곳에 간다. 이따금씩 서점 주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필라르 파헤스페티트 씨는 자그마한 여성이다. 그녀는 매일 아침, 혹은 손님이 별로 없는 오후에 책 주문서를 넣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시간에 필라르 파헤스페티트 씨는 있으면서도 없는 존재다. 즉 있기는 있지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런 시간에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서점은 탐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가 된다. 아마도 야생의 영토일 것이고, 어쩌면 황무지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조난당한 것 같은 얼굴을 한다. 심지어 [엘 프론트]를 찾으로 온 여성들조차도 말이다. 이런 시간에 산트 호르디 서점에선 (나는 초조해지지만 필라르 씨는 차분해지는)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다른 경우엔 클래식 음악과 민속 음악, 브라질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거나 그 음악들은 서점 주인을 차분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점 주인이 초조해질 만한 충분한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는 음악으로 가득한 서점이라고 해도 존 콜트레인의 음울한 화음을 들을 때면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게 된다. 이런 것들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그녀에게 이 일을 항상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28년 전 토르데라에서 사서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블라네스로 건너왔고 자신의 서점을 시작했으며 이제는 행복해 보인다. 나 역시 이 서점이 있어 대단히 행복하다. 나는 그녀를 신뢰한다. 내가 부탁한 책들을 대체로 잘 구해주기 때문이다. 더 바랄 게 없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12-113p), ANAG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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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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