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Bolaño!

POST : Entre paréntesis

친구들은 이상하다


친구들이 아니라 우정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씩 우정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시도를 해보기는 한다. 우리는 대개 어둠 속에서 허우적댄다. 그 어둠은 우리에게 이상하지 않다. 우리 내부에서 나와 순수한 외부의 실제와 뒤섞이는 어둠이다. 어떤 행동들에 대한 어둠과 함께, 우리가 친숙하다고 몇 번씩 믿는, 하지만 실제로는 공룡만큼이나 이상한 그림자들의 어둠.

가끔은 그것이야말로 친구다. 구렁텅이를 건너고 있는 공룡의 실루엣. 우리는 그것을 붙잡을 수도 없고 부를 수도 없으며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친구들은 이상하다. 그들은 사라진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물론 몇몇은 할 말이 있고, 그것을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특별한 기회가 있었다. 오랜 친구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그와는 칠레에서 1973년에 알게 됐는데 작년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는 내 부인과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위험과 모험과 감옥과 피로 가득한 이야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그는 어느 날 밤을 떠올렸다. 두 명의 젊은이가 야간 경비병이 쏘는 총알을 피해 도망치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교외 지역에 있는 파티오를 통과해서 탈출했다. 아내는 그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나도 그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두 명의 젊은이 중 하나가 내 친구였다. 나머지 한 명이 누구냐고 그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기억 안 나? 아니, 기억 안 나는데. 나머지 한 명은 너잖아, 라고 그가 말했다. 처음에 난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날 밤은 내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공룡, 혹은 공룡의 그림자를 봤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세계의 모든 총을 피하면서 은밀히 구렁텅이를 건너고 있는 공룡을 말이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26-127p), ANAGRAMA

'Entre parént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행기  (0) 2011.12.21
블라네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0) 2011.12.21
A. G. 포르타  (0) 2011.12.15
니카노르 파라에 대한 여덟 가지  (0) 2011.12.11
7월 이야기  (0) 2011.12.11
top

posted at

2011. 12. 15. 22:50


POST : Entre paréntesis

A. G. 포르타


안토니 가르시아 포르타는 볼라뇨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 볼라뇨는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제일 친한 친구는 시인 마리오 산티아고였어요. 그 친구는 1998년에 죽었죠. 지금은 이그나시오 에체바리아, 로드리고 프레산, A. G. 포르타 이렇게 세 명이랑 제일 친해요." 


A. G. 포르타

내 친구 A. G. 포르타의 소설(브로델에 의한 브로델Braudel por Braudel, 엘 아칸틸라도El Acantilado)이 막 시장에 나왔다. 나는 그의 아들 키가 대략 가슴만큼 왔을 때부터 그를 알았다. 지금 그 아이는 스물한두 살 정도의 젊은이로 영화를 공부한다. 아이는 이제 아버지보다도 크고 나보다도 더 크다. A. G. 포르타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1978년, 바르셀로나 주변부에 있는 한 출판사 사무실에서였다. 시집만을 출간하는 출판사였고, 단념이라도 한 듯, 이름은 하수도La Cloaca였다. 시작이 좋지는 않았지만 ㅡ 당시 우리는 시를 썼고 바르셀로나의 5구역 조기축구회에서 챔피언을 먹었다 ㅡ 최소한 장래가 촉망되는 시작이었다. 절대 잊지 않을 일이 있다. 내가 땡전 한 푼 없던 시절 이 친구가 요구르트와 담배를 들고 타예르 가에 있는 우리 집에 나타났던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선물이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흘렀다. 나는 히로나로 갔다가 다시 블라네스로 자리를 옮겼고
A. G. 포르타는 계속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출간했던 첫 번째 소설은 그가 출간했던 첫 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 둘이 함께 썼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제목은 [모리슨의 제자가 조이스의 광신자에게 하는 충고Consejos de un discípulo de Morrison a un fanático de Joyce]. 누가 모리슨의 제자이고 누가 조이스의 광신자인지 수차례 질문을 받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A. G. 포르타가 조이스의 광신자였다. 그는 그 아일랜드 작가의 모든 글을 읽었고 사실상 그 이후에 있었던 어떤 형태의 오랜 침묵은 그런 독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글을 쓰거나 [율리시스]에 나오는 자유분방한 구절을 무작위로 모으는 데 매진했다. 그렇게 끼워맞춘 시는, 뒤샹 식으로, 기성품readymades이라 불렀다. 몇몇 시는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다른 소설을 써냈다. [브로델에 의한 브로델]은 인생에 대해, 삶의 유동성과 겉모양, 속임수, 행복에 대해 다룬다. 그의 글쓰기는 호크니그림만큼이나 분명하다. 일단 그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ㅡ Roberto Bolaño, [Entre paréntesis](125-126p), ANAGRAMA

 

'Entre parént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라네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0) 2011.12.21
친구들은 이상하다  (0) 2011.12.15
니카노르 파라에 대한 여덟 가지  (0) 2011.12.11
7월 이야기  (0) 2011.12.11
악천후 속에서  (0) 2011.12.01
top

posted at

2011. 12. 15. 22:16


CONTENTS

¡Viva Bolaño!
BLOG main image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